포루투갈 리스본

4월13일 오후 윌밍턴을 출발해서 포루투갈에 오전에 도착했다. 쁨이는 비행기에서 저녁을 잘 먹고 밤비행이라 계속 잤다. 도착하니 흩뿌리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리스본 공항에서 인상적인것은 미국에서도 경험하지 못했던 '애기엄마'찬스다. 입국심사를 할때 긴 줄을 서야하는데 이때 다들 비행끝에 모두들 피곤한 상황에 아이엄마라고 먼저 가라고 양보해주는 사람을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근데 표지판에 장애인,노약자,아이엄마 포함 다른 창구를 이용할 수 있는것이다. 야호! 이후로도 리스본 마트에서, 기차역에서 '애기엄마'찬스를 여러번 쓸 수 있었다. 이어서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이런 담배연기는 백년만에 처음이었다. 실내든 실외든 주저없이 담배연기를 내뿜는 기막히는 사람들. 좋은점 나쁜점 하나씩 적어본다.

이주넘게 있을 집에 도착해서 집주인 여자 소피아와 인사를 나누고- 지금 다섯번째 집에 머무르고 있는데 소피아가 가장 친절하고 맘에 든다- 집앞 인도 사람이하는 구멍가게에서 첫 장을 봤다.
조금 쉬다가 비오는 날 유럽의 첫 산책을 나섰다. 그리고 집 근처 식당에서 바깔라우와 연어를 시켜서 이른 저녁을 먹었다. 그다음날 아침 11시가 넘어서 다들 일어났다. 정말 오랫만에 단잠을 잔것 같다.
그리고 우리의 리스본 <일상+여행>은 시작됐다.

-아침 8-9사이에 일어나서 물론,쁨이가 제일 먼저 일어나고. 아침을 차려먹는 사이 앤드류가 10시쯤 일어난다. 느긋하게 나갈 준비를 하고 12시전에 출발한다 어디로 가는지는 날마다 다르다. 날씨에 따라 다르고 전날 얼마나 피곤했냐에 다르고. 자기전에 모모와 갈 곳을 정하고 근처에 맛집도 찾아놓고 가는길도 미리 알아둔다. 그리고 신나게 놀다가 오후 5시쯤 집으로 돌아간다. 앤드류는 쉬면서 일 할 준비를 하고 쁨이와 나는 집앞 공원에서 좀 더 놀거나 저녁을 준비하거나 혹은 먹거나 그리고 저녁 8시쯤 쁨이는 잠을 자고 그 이후 나는 주방을 정리하고 다음날 일정을 짜고 잔다.
- 리스본에서는 트램,택시,버스를 주로 타고 다녔다.
크리스토 레이에 갈때는 집 근처에서 페리를 타고 강을 건너갔다. 집 창문으로 그리고 집 앞 공원에서 산위에 있는 커다란 십자가 상을 볼 수 있었는데 이후로 쁨이는 십자가와 예수님 단어를 확실이 배웠고, 높은데 있던 공원 덕분에 벤치에 앉아 트램,기차,버스,배,오토바이,자동차, 비행기를 보며 교통수단 단어를 확실히 배웠다.
-핑고도스 체인 수퍼마켓은 여러도시를 거친뒤에도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수퍼마켓이다. 해산물이 정말 풍부하고 싸고 맛있었다.
-또다른 기억에 남는 장소는 벨렘에 있은 패스츄리집. 나타의 원조인 그집에 다서 여섯번은 간것같다. 물론 이곳저곳 지나가며 나타를 많이 먹었는데 벨렘에 있는 그집은 바다를 갔다가 기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즉흥적으로 기차에서 내려 들르기까지했다. 가서 먹고 집으로 싸오기도 하고. 여행 한달이 넘은 이 시점에 가장 맛있었던것은 그 집 나타. 이 맛있는것을 쁨이와 나누고 싶어서 그냥 쁨이에게도 먹였다. 계란 노른자와 설탕때문에 살짝 주저했지만 얘도 여행중이고 여행의 별미는 이런거지 싶은 정신없는 엄마가 됐다; 애초 20개월된 아이와 삼개월 넘게 유럽여행을 한다는 것 자체에 '정신없다' 카테고리에 집어 넣은 사람들도 있겠지.
-너무 많은곳을 다니기도했고 스페니쉬 지명때문에 아님 나이때문에 어디어디 갔는지 다 적을 수가 없다.
아무튼 꼭 가야할만 곳은 갔으며 굳이 가지 않아도 될곳도 갔다. 쁨이를 업었다, 안았다, 유모차에도 태웠다 앤드류 목에도 올려놨다, 걸리기도했다. 힘들기도 힘들지만 재밌기도 재밌다. 우리가 젊으니 할 수 있다 싶다. 애가 한명이니 할 수 있다 싶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쁨이니까 이렇게 할 수 있는거다' 여행을 하는 중에 쁨이를 알아가면서 이아이는 앤드류나 나에게서 확실히 여행 유전자를 받았다 싶다. 다른 아이들과 여행을 다녀보지 않아서 비교 대상이 없지만, 새집에가면 우리보다 더 신나서 집구경을 하고 이동할때는 놀랍게도 잘 기다려주고 버텨주고 낮잠도 어디서든 잘자고 잘먹고. 정말 고맙다. 이런 선물을 주신 하나님께도 감사하고 이런 상황에서도 잘 지내주는 쁨이에게도 고맙고.
- 리스본에서 지내면서 물론 말은 안통하지만 살려면 살 수도 있을것 같다고 앤드류에게 말한적이 있다. 리스본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외국의 '도시'이기 때문인지. 30년정도 서울이라는 도시에 자라서 나는 작고 조용한 윌밍턴이 별로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쁨이를 낳고 윌밍턴이 훨씬 좋아졌다.)
-리스본에서 지낼때는 이국적인 커다란 창문이 달린 파스텔색의 집들과 도로쪽으로 널어둔 빨래들 이런것들이 처음이어서 다 예뻐보였는데 한달 정도 이곳저곳 다니다보니 그런것들에 대한 감흥이 사라졌다. 그냥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일상인것처럼 나도 벌써 그렇게 되고있는지도 모르겠다.
-내 첫번째 유럽 도시 리스본에서 포르투갈 남부 작은도시 파로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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